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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2

[무서운이야기]파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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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도깨비를 믿으십니까?

 

어릴 적 도깨비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듣지 않았습니까? 도깨비 중에는 가난한 사람에게 금덩어리를 가져다주는 착한 도깨비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기만 하는 마음씨 나쁜 도깨비도 있어서 사람에게 해코지를 한다고 했던 것 기억나지 않으세요? 우리 외할아버지만 해도 술을 마시고 밤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깨비를 만나 밤새도록 씨름을 했는데, 아침에 깨어나 보니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있고, 온통 흑탕물이 튀겨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외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날이 새기 전까지 씨름을 해서 도깨비한테 진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도시가 많이 발달해서 그런지 도깨비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아마도 도깨비는 도시를 싫어하나 봅니다.

우리는 도깨비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리를 재미있게 해 주려는 이야기쯤으로 생각했죠. 하지만 사실 도깨비는 진짜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착한 도깨비는 잘 모르겠지만, 나쁜 도깨비는 확실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좀 처럼 거짓말 하지 않는 바로 제 동생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 때문입니다.

 

제 동생이 군대 일병 떄 일이었다고 합니다. 동생은 동두천 서부전선 철책 바로 밑의 전방 지원 포대에서 복무 했는데, 어느 날 밤 선임병장과 함께 위병 근무를 나갔다고 합니다. 어찌나 무더웠던지 한낮의 열기가 밤새도록 식지 않아, 들중기가 후줄근하게 땀에 젖을 만큼 더웠다고 합니다. 당시 선임은 위병소

안에서 졸고 있었고 동생은 위병소 밖 정문 앞에서 휑하니 트여 있는 부대 앞 진입로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1시쯤 되었을까요? 갑자기 진입로 양 옆에 있는 논에서 탁구공만한 파란불이 물고기가 춤추듯 왔다 갔다 하더랍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했던 동생은 '저게 뭐지?'하고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불빛이 논 속에서 솟아오르더니, 벼 사이를 마구 휘저으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파란불이 지나간 자리의 벼들이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광경을 본 동생은 호기심이 생겨 그 광경을 계속 보고만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파란불은 논에서 나와 풀밭 위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 했답니다. 그러자 풀 속에서 무언가가 일제히 날아오르거나 뛰어 올랐는데, 바로 풀벌레들이었던 겁니다. 동생은 풀벌레들이 그렇게나 많은 줄 그 때 처음 알았다고 합나디ㅏ.

 

바로 그 때 동생은 이 상황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란 걸 깨닿고, 위병소에서 자고 있는 선임병장을 깨웠답니다.

 

"병장님! 좀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선임이 졸린 눈을 비비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뭐야? 일직사관이라도 나왔어?"

 

"그게 아니고, 아까 전부터 논두렁에서 파란 불이 왔다 갔다 하더니 지금은 아예 논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닙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기 좀 보십시오."

 

그러면서 동생은 그 불빛을 확인하느라 위병소 밖으로 나왔고, 잠시 후 '후다닥'소리와 함께 누군가 달려가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동생이 깜짝 놀라 뒤돌아서 보니 같이 근무 서던 선임이 뒤도 안 돌아보고 중대본부 쪽으로 뛰기 시작하더랍니다. 그리고는 어안이 벙벙해서 어쩔줄 모르고 서 있던 동생을 향해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뭐해? 빨리 안뛰어!!!"

 

처음에는 하늘 같은 고참이 한 말이라서 별로 절박하지도 않은 마음으로 뛰기 시작 했던 동생이었지만, 불과 몇 초 지나지 않아 살기 위해서 죽어라고 뛰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동생이 본부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뒤에서 들려오던 소리 때문이었답니다.

 

"네 이놈! 거기 서라~~! 이놈들~~ 니들이 뛰면 내가 못 잡을까봐~~!!"

 

그것은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 큰 소리 였는데, 마치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게 동생의 귀에만 들리도록 귀 가까이에서 소리치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탁구공 크기만 하던 불빛이 이제는 야구공만큼 커져서 동생을 쫓아오더랍니다. 파란 불빛 주위로 붉은 빛까지 내뿜으면서 말입니다. 아직 거리가 있었는데도,

 

"네 이놈! 거기 서라~~! 내가 못 잡을 것 같으냐~~! 잡히면 이 불로 새까맣게 태워 버릴 테다, 이 놈!!"

 

하면서 지르는 소리는 마치 귓가에 대고 하는 소리처럼, 귀에 그 파란불의 입이 바짝 다가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랍니다.

 

동생은 귓가에서 소리 지르는 그 파란불의 입을 떼어내기라도 하듯 손으로 귀를 훑어내며 앞서가는 선임병장 뒤를 죽어라고 달렸다고 합니다. 위병소에서 중대 본부까지 대략 200m 정도 되는데, 동생이 느끼기에는 2Km도 넘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달릴수록 파란불과 동생 사이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자, 동생은 금방이라도 몸이 새까맣게 타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숨 쉴겨를도 없이 본부를 향해 달렸습니다.

 

5미터, 4미터, 3미터.......

 

이제 조금만 있으면 동생은 파란불에게 잡혀 몸뚱아리가 새까맣게 타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2미터, 1미터.......

 

이제 마지막 한 걸음이면 동생은 꼼짝없이 파란불에 잡히게 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막 파란불이 동생의 등을 덮치려 할 때, 중대 본부 건물 외곽에 달려 있는 전등들이 일제히 켜지면서 건물안에서 팬티만 입은 병사들이 뛰쳐 나왔습니다. 그리고 불이 켜지자, 금방이라도 동생을 덮칠 것 같던 파란불은 전등불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물러나 있더랍니다. 하지만 동생의 귀에는 그 파란불이 말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더랍니다.

 

"네 이놈 다음번에는 정말 가만 두지 않겠다. 이놈!!!"

 

내무반으로 돌아오자 파란불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동생은 그 충격으로 인해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가 되었고, 약 열흘 동안이나 정신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다행이 큰 후유증 없이 동생은 군생활에 복귀하게 되었고, 나중에 고참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그 파란불은 한밤의 기온이 28도 이상 유지되는 밤이면 가끔씩 나타난답니다. 그렇다고 항상 그러는 것도 아니어서 사실은 1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전등불을 대낮처럼 밝히면 근처에 얼씬도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등화관제가 엄격한 전방부대지만, 파란불이 나타났을 때는 예외적으로 온 부대를 대낮처럼 밝힌다는군요. 사실 파란불이 나타났을때 피하지않고 그 자리에 그냥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아직 그 파란불에 당한 기록이 없다니까요.

 

그 후, 제 동생이 제대하기 전에 파란 불을 한 번 더 보았다고 합니다. 그 때는 말년 병장이었던 터라, 전에 선임이 했던 것처럼 먼저 후다닥 뛰어나가 후임에게 한 마디 했다고 합니다.

 

"뭐해? 빨리 안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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